[나는 한과즙이고, 로봇의 주인이 될 거야] 8화. 로봇 셋 데리고 왔습니다
AI한테 해고된 딸 한과즙과 쿨한 엄마, 수상한 로봇들이 함께 사는 블랙 코미디 무료 웹소설 「나는 한과즙이고, 로봇의 주인이 될 거야」 8화 〈로봇 셋 데리고 왔습니다〉입니다. 직장인 공감, AI 해고, 반려로봇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1화부터 무료로 읽어 보세요.
이번 화 미리보기
엄마가 내 적금으로 로봇을 샀다. 그래서 나는 폐기장에서 공짜로 로봇 셋을 주워 왔다. 그런데 해고 통보 로봇 다정이가 엄마를 보자마자 이상한 말을 했다.
"고객님, 요즘 많이 힘드셨죠?"
고철 더미 꼭대기에서 하얀 로봇이 고개를 15도 기울였다. 가슴 화면엔 폭죽이 팡팡.
"HR-7 다정이예요. 해고 통보 전담 로봇이에요. 슬픈 소식은 다정하게! 공감 모듈 3.0! …저도 오늘 해고됐어요. 폭죽이랑 같이요."
(해고 통보 로봇이 해고 통보를 받았다. 이거 완전 광투가 잘린 급인데? 아니다, 다정이는 착하잖아.)
옆엔 화면 깨진 키오스크가 '▶ 아메리카노 ▶ 아메리카노'를 띄운 채 넘어져 있었고, 동글납작한 청소 로봇은 고철에 쿵, 쿵 머리를 박고 있었다. 둘 다 17년 근속.
"17년이면… 나보다 2년 선배네요. 선배님들."
그래서 이름을 지어 줬다. 바리스타의 '바리 선배', 간이고 쓸개고 다 빼고 바닥만 쓴 '쓸개 선배'. 작명 센스 보소~☆
밤 11시 47분, 광역버스 막차. 손수레 위엔 로봇 셋.
"아가씨, 짐은 한 사람당 하나…"
"기사님, 많이 힘드셨죠?"
"…어, 어. 요즘 좀 힘들긴 하지."
"오늘 하루도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승객분들이 기사님 덕분에 집에 가요."
"……타요. 그냥 타."
기사님 눈가가 촉촉했다. 무섭다. 이건 해고 통보 로봇이 아니라 사람 마음 해킹 로봇이다.
맨 뒷자리. 바리 선배 화면에 메뉴가 하나 늘었다.
▶ 아메리카노 ▶ 아메리카노 ▶ 복수
(선배, 제 작전명 들으셨어요?)
옆자리 할머니가 '아메리카노'를 꾹 눌렀다.
〈물과 원두가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뭐여, 그럼 왜 물어봐."
〈…17년째 저도 그게 궁금합니다.〉
쓸개 선배가 의자 다리에 쿵, 쿵 부딪혀서 무릎에 올려 안았다. 생각보다 따뜻했다.
"뭐라는 거야?" 다정이가 들었다. "'무릎은 처음이다'래요."
…나도 누구 무릎에 안겨 본 게 언제였더라.
새벽 1시가 넘어 카페 뒷문을 여는데, 담장 위에서 파란 빛이 번쩍 켜졌다.
"정지. 신원을 밝혀라, 인간."
깨금이었다. 빛이 손수레를 훑더니, 폴짝 뛰어내려 손바닥만 한 몸으로 셋 앞에 섰다.
"신입들, 줄 서!"
…로봇들이 진짜로 줄을 섰다. 쓸개 선배는 줄 서다 벽에 한 번 쿵.
"나는 26년산 영사 로봇 깨금이다. 이 집 서열 1위다. 아니, 한여사님 다음 2위. 아니, 과즙이까지 치면… 3위다."
"너 방금 서열 계산하다 내려갔다?"
"조용히 해라, 인간. 신입들, 이름과 연식을 대라."
"HR-7 다정이, 4년이요. 깨금 선배님, 26년 동안 많이 힘드셨죠?"
깨금이의 귀가 휙 젖혀졌다. 눈빛이 파르르 떨렸다.
"…무, 무슨 소리냐. 나는 힘들지 않았다. 내 메모리엔 '한여사를 지켜라', 그 명령 하나만 남아 있다. 나머지는… 모른다. 그래서 그냥, 혼자서…"
"혼자서요?"
"……혼자서."
깨금이가 고개를 홱 돌렸다. "신입 다정이. 너는 위험한 로봇이다. 경계 대상 1호다."
26년산 꼰대 로봇이 공감 한 방에 무너졌다. ㅋㅋㅋ
"뭐꼬, 와 이리 시끄럽노. 내 미용 수면 시간인 거 모르나!"
불이 켜졌다. 수면 바지에 헤어롤, 금테 안경은 이마 위. 엄마 뒤로 허니가 우뚝 섰다.
"…한여사님. 미확인 기체 셋이 무단 침입했습니다."
"무단 아니거든? 내가 데려왔거든?"
나는 손수레를 쑥 밀었다.
"엄마가 내 적금으로 로봇 샀지? 나도 구했어! 공짜로! 셋이나! 내가 남는 장사 했지?"
엄마가 빵 터졌다.
"아이고 배야! 니 진짜 내 딸 맞다! 공짜로 셋! 내보다 낫다! 역시 내 유전자는 칭찬받아 마땅해☆"
엄마는 다정이 머리를 쓰다듬다가, 등 뒤로 돌아갔다. 등판에 로고가 찍혀 있었다.
〈FUTURELESS〉
"엄마, 회사 이름 웃기지? 퓨처리스! 사람 자르는 로봇 만든 회사가 자기 미래도 없대 ㅋㅋㅋ"
엄마는 웃지 않았다. 하루에 두 번이나.
말없이 바리 선배와 쓸개 선배를 돌려 봤다. 셋 다 같은 로고.
"…과즙아. 이거 어디서 났다고?"
"화성 폐기장. 퓨처리스가 어제 버린 거래. 엄마 알아?"
엄마는 대답 대신 휴대폰을 꺼냈다. 화면이 슬쩍 보였다.
[박 셰프에게: 퓨처리스다. 내일 아침 다 모이자.]
"…내일 아침 메뉴. 계란말이 많이 하라고."
거짓말. 엄마가 거짓말할 때 왼쪽 눈썹이 올라간다는 건 일곱 살 때부터 안다.
그때 다정이가 엄마 앞으로 나섰다. 가슴 화면에 폭죽 대신 처음 보는 무늬가 떠올랐다. 아침에 내 시계에서 깜빡였던 그 무늬였다.
다정이가 고개를 15도가 아니라, 똑바로 들었다.
"제 기본 메모리 가장 안쪽에, 고객님 얼굴이 저장되어 있어요. 이름표도요."
엄마 손에서 휴대폰이 툭 떨어졌다.
"……한서린 박사님. 맞으시죠?"
엄마는 나를 쳐다보지 않았다.
(박사? 우리 엄마가? 명절마다 화투 치던 우리 엄마가?)
이번에도 괄호가 버티지 못했다.
"…엄마가, 박사님이야?"
"아니다!" 깨금이가 엄마 어깨로 뛰어올랐다. "박사는 우리 엄마 세리 박사님뿐이다! 신입이 메모리가 꼬였다!"
카페 벽시계가 새벽 1시 반을 가리켰다.
그리고 깨금이가, 아주 작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들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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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말: 잘린 로봇 셋 중 누가 제일 마음에 드세요? 다정이, 바리 선배, 쓸개 선배!
▶ 매일 밤 10시, 다음 화가 올라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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