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한과즙이고 로봇의 주인이 될 거야.] 1화. 엄마~ 나 완전히 새됐다.
AI한테 해고된 딸 한과즙과 쿨한 엄마, 수상한 로봇들이 함께 사는 블랙 코미디 무료 웹소설 「나는 한과즙이고, 로봇의 주인이 될 거야」 1화 〈엄마~ 나 완전히 새됐다.〉입니다. 직장인 공감, AI 해고, 반려로봇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1화부터 무료로 읽어 보세요.
어제와 똑같이 소름 끼치게 같은 하루~ 무한 반복. 어제 같은 오늘의 지루함, 이 <루프>인듯 <루틴>을 지키는 일상은 나를 가장 안심하게 만들어준다. 하지만 그 일상의 깨짐은 소리 없이 날벼락이 되어 날아왔다. 나의 모든 노력을 산산조각 내는 것, 어쩜 이렇게 쉬울까? 그건 불과 몇 시간 전의 일이었다.
서점의 한쪽 벽에 사장의 공고문이 떴는가 보다. 마지막 해고 통보자겠지? 이번만 넘기면 다들 좀 AI 탓하는 건 그만하고, 좀 더 회사와 회사의 적자를 메워줄 프로젝트에만 전념할 수 있겠지!
"그런데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좀 이상한데?"
오늘따라 이상한 기시감과 불안감으로 나는 슥~ 벽 쪽으로 붙어 염탐 기술을 능력치 3까지 끌어올렸다. 그러니 우리 팀 막내 윤지의 다소 흥분된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캬! 내가 아니야. 세상에... 선배야! 그 한과즙 선배가 잘렸대! 대박이다!"
이 말도 안 되는 소리는 내 귀에 공포탄으로 작용해야 하는데~ 내 귀에 이미 피가 흐르는 걸 보니 나는 이걸 현실로 느끼나 보다. 멍하니 윤지 동료들의 또 다른 이야기를 들어본다.
"근데 생각해보니 너무 빡치네. 그 독사, 한과즙 선배는 눈만 마주쳐도 너 같은 월급 루팡이 안 나가면 누가 나가냐고 세뇌질이더니, 지금 누가 누구한테 나간다 만다 한 거야? 어머! 부끄러워~" ㅋㅋ
이건 말 그대로 나의 사전엔 없던 이야기다. 내가 왜? 와이? 마지막 인원 감축 2명 중 한 명이 나라고? 이 한과즙이 맞아? 일밖에 모르는 한과즙!? 서점 지박령이라는 소리를 듣는 내가…? 나 누구한테 찍혔나..? 이게 말이 돼?
하! 내가 맞다는데.;;; 사람들이 인정한 것도 당연하다는데, 어떤 인과와 논리로 이런 결과가 나온 거지? 설명이 되나? 또 그날처럼 숨이 안 쉬어진다. 내가 또 어떤 규칙에서 어긋나는 짓을 했길래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하악~ 하악, 하악."
과호흡이 오는 와중에도 비닐을 입에 갖다 대면서 뭔가 사실이 아닌 몰카일 거라 생각하며 회피해 본다. 엄마를 생각하면 더 숨이 막혀올 것 같아서 최악의 수단을 썼다. 실성할 것 같다!! 아니, 실성했다.
"이 새끼들이!! 감히 누굴 여기서 파내겠단 거야!!"
3분, 아니! 3초마다 성희롱 발언을 해대는, 대머리도 빛나고 눈알도 빛나는 광두 매니저는 ‘two light’라는 뜻으로 ‘광투’라 오히려 불리고 있다. 웬만해서 그 새끼를 상대할 생각이 없다. 바퀴벌레와 동급인 새끼다. 광투 매니저가 있는 휴게실에 들어가길 망설이고 있던 순간, 그때 저쪽 휴게실에서 여사원들의 ‘꺄르르’ 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그 와중에 ‘과즙이’라는 나의 이름이 선명하게 들려 나도 모르게 숨을 죽이게 되었다.
"야! 들었어? 그렇게 독기독기하며 <perfect mission 수행>을 강조하고 우리를 볶아대던 이름만 상큼하신 과즙이가….." "왜? 과즙이가 뭐? 또 너한테 뭐라고 했어?" "아니 그게 아니고, 들어봐 들어봐.."
그러자 여사원들이 윤지를 중심으로 귀를 모아서 키키대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야 너무 재밌지 않냐? 지가 잘리는 줄도 모르고, 나보고 맨날 잘린다고 ㅋㅋㅋㅋㅋㅋ 아 지 인생이나 걱정하지 누가 누굴 걱정해~. 자기 주제 파악 좀 해야 될 듯?" "윤지야 그건 말야. 우리 저번에 A 사원 잘리고 설문조사 했었잖아. 그 왜 AI로 대체해도 문제없을 것 같은 업무자 뽑은 거 기억나? 미스터 최가 그 설문지 최종정리 담당자가 안다고 그러는데… 이번 해고통보자 2명 모두 그 질문지에 가장 많은 답을 차지한 사람 2명이래." "너무 우연의 일치 아냐?" "회사가 이제 고를 사람이 없으니까, 이제는 AI처럼 일하는 사람을 제거하는 게 더 낫다 싶었던 건지도. 근데 그것도 일리가 있지 않아? 실제 AI처럼 일한다? 그럼 왜 필요해? 돈 안 들고 불평 안 하는 AI가 더 나은 거 아냐?"
요요요! 윤지 뚫린 입이라고 말 잘하네! 너는? 과즙이 선배보다 나은 게 뭐가 있어서?
"야? 어따 비교질이야? 사실 선배보다 내가 일 빼고는 100배 나아! 선배는 세상 돌아가는 것도 모르는 데다가 신문물은 아예 안 받아들여! 로봇은 커녕~ 요새 2G폰 들고 다니는 사람 봤어? 아주 그냥 흥선대원군에다 <쇄국정책임> 그래서 잘린 것일지도…. 급진파한테 숙청!!!" "오! 그럴듯." "근데 질문지 내용은 그건 아니다. AI처럼 일을 잘하는 사람?이었잖아? 그래서 다들 별생각 없이 응답한 거고. 그래서 만약 더 그 설문지 때문이라면 이제 회사가 우리에게 원하는 게 더 복잡하네." "ㅠ 그것도 그렇네." "근데 AI처럼 일해 주면 좋은 거 아니야? 일당백이잖아." "야, AI가 사람보다 두뇌·신체 능력이 뛰어난 건 당연한 거지~~! 그러니까 네가 하나밖에 모르고 둘은 모르는 거야. 이제 AI가 있으니까, AI 같은 사람은 희소가치가 없는 거야. 그 사람을 쓸 바에는 AI가 더 효율적이잖아. 인간적인 사람이 더 필요하게 되는 거지. 그러니까 우리가 살아남은 거고." ㅋㅋ "뭐래 이 인성 파탄자들이~~ㅋㅋㅋㅋㅋㅋ"
여사원들이 깔깔깔 웃는다.
"그래도 우리 인성이 독사보다는 낫지?" "근데 솔직히 반 이상이나 미스한 찍은 거 너무한 거 아니야?" "우리야! 뭐! 로봇 하면 미스한, 한과즙 밖에 더 있어?! 한이 ‘추울 한’자 아니냐? 이름만 떠올려도 개추워!!"
해고자가 나라는 게 발표가 나자마자, 인간들은 마치 처음부터 내가 해고 대상자였던 것처럼 말을 짜맞추고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다른 이면을 드러낸다.
이것 또한 그때와 같다. 이번에는 절대 결단코 나는 아빠가 말했던 걸 어기지 않았다. 나에게 그들은 너는 절대로 잘리지 않는다며 온갖 일을 시키고 자신들은 너무 불안해 술이라고 먹어야겠다고 했다. …..오히려 자신들이 절대 잘리지 않게 잘 챙겨봐 달라고 부탁을 했던 사람들은 내가 인원감축자가 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 말을 짜맞추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내가 워낙 사회성도 뭐도 없이 독하게 일만해서 꼴보기 싫었다는 거잖아ㅠㅠㅠ.. 주루룩! 엄마가 맞았다. 나는 흑흑흑ㅠ 나는 감정이 없는 게 아니다. 망할! 주체할 수 없는 감정들이 막아놓은 댐을 무너뜨려 버렸다……
회사 따위 나를 전혀 모르고 인정해주지도 않을 거라는 말…. 나는 거대한 조직의 톱니바퀴 중 중요한 나사조차 아니었구나. 나는 튀고 싶지 않았다. 나는 엄마처럼 독특하다는 소리가 제일 싫었다. 한여사는 태생이 너는 내 딸인데... 어떻게 안 튀어? 또 “똥 싸는 소리 한다.” 옥구슬 같은 한여사... 울 엄마의 목소리! 똥 싼다는 소리도 드럽게 우아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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