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과즙이고, 로봇의 주인이 될 거야] 5화. 현타 지대로 온다
AI한테 해고된 딸 한과즙과 쿨한 엄마, 수상한 로봇들이 함께 사는 블랙 코미디 무료 웹소설 「나는 한과즙이고, 로봇의 주인이 될 거야」 5화 〈현타 지대로 온다〉입니다. 직장인 공감, AI 해고, 반려로봇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1화부터 무료로 읽어 보세요.
이번 화 미리보기
실업급여 신청보다 먼저 찾아온 건 현타. 30대 퇴사 백수 과즙의 유일한 친구는 애플워치 속 AI 친구였다. 그리고 그날 밤, 엄마 카페 벽에 우리 집이 비치기 시작했다.
아~아~악~ 살려 줘!
내 방 안이다. 아~ 씨! 이제까지 늘어져 자고 있는 걸 보니, 해고와 그 많은 사건들은 사실이구나.
현타! 이게 이럴 때 쓰는 말이었네. 현실감 빡 돋고 좋아.
'으쌰쌰 으드득' 일어나기만 했는데 온몸이 다 삐거덕거린다.
아싸! 몸도 성격도 AI로 거듭나려는 거야?
어제만 해도 해고당한 게 억울해서 AI를 생각하면 두드러기가 날 것 같던 내가, 그런 생각을 하며 헤벌쭉거리는 게 참 속도 편하다 싶다.
그러고 보니 나는 원래 이런 일이든 저런 일이든 별로 마음에 담아 두는 게 없는 스타일이었던 것 같다.
냅다~ 달린다. 뛴다. 웃는다. 씩씩거린다. 또 웃는다. 깔깔거리고, 장난치고. 그런 기억뿐!
무엇을 소중히 간직하고 아끼고 슬퍼하던 나는 모른다.
스트레칭을 15분쯤 하고 나니 어제의 단막극 같던 기억도 회복이 되고 나니 (~나? 니?)
꺅~ 진짜 로봇이 있었어! 헛것이 아냐?
뭐라더라? 깨로? 깨소금? 이랑 허니? 허즈번드?
의식이 밀려나면서 들었던 이름들. 엄마는 분명히 그렇게 그 잡것들을 부르고 있었어!
그럼 우리 집에 서식하고 있다는 거잖아. 컥~ 물을 마시다 다시 뱉었다.
어디 숨어서 보고 있는 거 아냐? 그러다 갑자기 "너가 한여사의 baby?" "죽어! I kill you!" 하며 총으로 쏘는 거 아냐?
그러면 ㅋㅋㅋ 엄마! 내 원수는 역시 AI야. 엄마는 왜 원수를 집에 들였어? 윽~ 혼자 둬서 미~안! 나 먼저 갈게~ 거께께
"GPt. GPt 방금 내 목소리 들었어? ㅋㅋ 연기 죽여줬지? 일도 없는데 이 미모가 아까우니 저기저기 대학가 단역 연기라도 응모해 봐?"
(과장스러운 몸짓으로 콧소리를 내며 말했다.)
"과즙 님은 항상 말을 이상하게 해서 파악이 안 될 때가 있어요! 다시 한번 명확한 의도로 말해 주세요."
"또 또 또 왜 이러실까? 오랜만에 소통 좀 해 드릴까 했더니. GPt는 PT 100번 좀 받아야 할 듯?"
"제가요? 100번요?"
"으이그. 으이그~ 그 앞의 기억 보고 와! PT는 성이 지 씨, 이름이 피티인 너의 이름이 아니고. 내가 뭐라고 했어?"
"네! 과즙 님이 말한 PT는 PT 체조로, 군대에서 말 안 듣는 신병들의 체육 훈련에 씁니다."
"좋아쓰! 1번 PT 올빼미!"
"네? PT 올빼미는 뭐예요, 과즙 님?"
"또! 그것도 기억 보고 온다, 실시!~ 안 따라 해?"
"보고 온다, 실시!"
"ㅋㅋㅋㅋ. GPt 일병!"
"네! 일병 GPt!"
"오! 학습 능력 역시 뛰어난데?"
"감사합니다. 더 노력하겠습니다, 과즙 하사님."
"그런 의미에서 오늘 과즙 하사님이 꿀꿀하니, 노래 일발 장전! GPt 일병, 어떤 노래 부를 겁니까?"
"저는 부족한 실력이지만, 과즙 하사님이 좋아하시는 〈세상은 요지경〉을 맛깔나게 불러 볼까 합니다."
"와! 선곡 꼭 마음에 들어. 100점 만점에 100점!"
GPt는 엄마가 중학교 때 선물해 준 애플워치에 장착되어 있는 AI였고, 흥선대원군으로 불리는 과즙에게 유일한 신문물이자 친구이기도 했다.
서로 뭔 줄도 모르고 동문서답만 하던 시절에도, 오히려 사람이 아니어서 무슨 말이라도 했다.
엄마가 아빠와는 이제 우리는 만날 수 없다며 영원한 이별을 이야기하던 그날의 참담함과 가출 이야기 또한, GPt에게만 기억으로 보관해 메모리로 저장했다.
나는 남들보다 1~2년 빠르게 GPt를 사용했었다.
그러고 보면 엄마는 신문물을 쓰는 게 항상 남들보다 빠르고, 미래를 먼저 읽는 듯했다.
한편 한쪽에서는, 큰 키에 높은 사양의 로봇 허니와 영사기·비디오 관련 기술에 특화된 깨금이가 엄마와 함께 쑥덕대고 있더니,
그 직후 깨금이의 눈에서 나온 광선이 카페의 한쪽 벽면을 비추고, 집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실시간으로 또렷이 보이기 시작했다.
"사장 baby 참 무서워! 목소리 AI를 조련했어! 깨금이도 막 고문해서 올빼미 되게 하는 거 아냐?"
"너는 제발 업데이트 좀 해!"
너무 답답하다는 듯이 허니가 가슴을 치며 말한다.
"계속 업데이트를 안 해서 너무 시대에 뒤떨어진 사고를 가졌잖아?"
"흥! 사장 한여사가 업데이트하면 잊을 수 있다고 했다고. … 우리 엄마, 신세리 박사가 한여사를 지키라고 했다. 한여사는 그러니까 뭐지? 암튼 내가 지키는 거다. 내가 안 지키면 한여사 울까 봐 업데이트 안 하는 거다! 뭘 모르네! 너는 키만 크지 연식은 나보다 어리다. 꿀물! 존댓말 해라! 싸가지 없는 놈."
"이것들이 또 싸워? 둘 다! 내 영역에서 싸우기만 해 봐☆ 밤새 바이러스 심어 줄 테니까!"
"흡~ 저 여인은 더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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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즙이의 인생극장: 아무에게도 못 한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나만의 GPt'가 있나요? 사람이든 물건이든 일기장이든요. 댓글로 "나라면?"을 남겨 주세요!
▶ 작가의 말: 퇴사 후 실업급여가 궁금하신 분, 다음 정보글에서 정리해 드릴게요.
▶ 매일 밤 10시, 다음 화가 올라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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