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과즙이고, 로봇의 주인이 될 거야 14화 | 쇼미더 모서리 (무료 웹소설)
AI한테 해고된 딸 한과즙과 쿨한 엄마, 수상한 로봇들이 함께 사는 블랙 코미디 무료 웹소설 「나는 한과즙이고, 로봇의 주인이 될 거야」 14화 〈쇼미더 모서리〉입니다. 직장인 공감, AI 해고, 반려로봇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1화부터 무료로 읽어 보세요.
이번 화 미리보기
엄마 카페 알바 면접은 랩 배틀이었다. 팀 한여사, 팀 마스터, 그리고 나와 깨금이. 국자를 마이크 삼아, 나는 15년 만에 처음으로 나를 소개했다.
"랩으로 본다. 팀 배틀로."
"……엄마. 지금 똥 싸는 소리 하는 거지?"
"내 대사를 니가 하네? 1차에서 바로 떨어지고 싶나?"
엄마가 손가락을 딱 튕겼다. 주방 앞에서 허니가 성큼성큼 걸어 나와 엄마 옆에 섰다. 조끼, 나비넥타이, 눈도 입도 없는 바이저 하나.
"팀 한여사. 허니입니다. 업어치기의 피해자로서, 오늘 정식으로 복수하겠습니다."
"……너 아직도 꽁해 있었어?"
"로봇은 꽁하지 않습니다. 다만 기억할 뿐입니다."
꽁해 있네. 7화부터 쭉.
"니도 하나 골라라. 팀원 없으면 실격이다."
나는 카페를 둘러봤다. 그리고 카운터 위를 봤다.
깨금이가 고양이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다. 엄마 어깨가 아니라, 카운터 위에서.
"깨금아."
"…흥. 꼰대는 원래 한여사님 편이다."
"알아."
"근데 꼰대 메모리에 남은 명령은 하나다. '한여사를 지켜라.'"
깨금이가 폴짝 뛰어 내 어깨에 앉았다. 생각보다 가벼웠다.
"오늘은, 한여사님 딸을 지킨다. 그것도 지키는 거다."
(…꼰대 주제에 멋있는 말 하네. 울 뻔했잖아. 아직 랩 시작도 안 했는데.)
손목에서 GPt가 끼어들었다.
"과즙 하사님, 심박수 분당 131회. 붐뱁 비트로 쓰기 딱 좋은 템포입니다. 저는 하사님 팀 하이프맨을 맡겠습니다."
"너 붐뱁이 뭔지는 알아?"
"하사님이 열네 살 때 이불 속에서 몰래 듣던 장르입니다."
"……그것도 메모리에서 지워."
그때, 카페 뒷문이 벌컥 열렸다.
박 셰프 아저씨가 국자 두 개를 들고 서 있었다. 그 뒤에 아지 언니가 노트북을 끌어안고 있었다. 슬리퍼는 오늘도 짝짝이였다.
"랩 배틀 한다며? 우리 빼고?"
"아저씨, 이거 면접이에요. 지원자는 저 하난데요."
"면접이든 뭐든, 배틀이면 우리도 낀다. 우리도 원래 한 팀이었다 아이가."
"……화투 팀?"
"화투 팀 아이다!"
아지 언니가 노트북을 테이블에 탁 펼쳤다. "팀 마스터. 박 셰프는 마스터, 나는 매니저. 비트는 내가 깐다."
"이 사람들은 진짜 안 자나."
무대는 3분 만에 차려졌다.
다정이가 공주방석 위에 앉았다. 심사위원장 자리였다. 다정이는 고개를 15도 기울이고, 해고 통보할 때보다 훨씬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쇼미더 모서리 — 카페 알바 면접 팀 배틀〉을 시작할게요. 참가자 여러분, 오늘 하루 많이 힘드셨죠?"
"다정아, 그 인사는 빼도 돼."
깨금이가 내 어깨 위에서 파란 눈빛을 켰다. 카페 벽에 커다란 글자가 떴다.
〈쇼미더 모서리〉
"조명은 꼰대가 쏜다! 우리 팀 소속이지만 공정하게 쏜다!"
쓸개 선배가 카운터 다리 앞에 자리를 잡았다. 쿵. 쿵쿵. 쿵.
다정이가 통역했다. "'오늘은 일부러 박는 거다'래요."
바리 선배 화면이 켜졌다.
심사하시겠습니까?
▶ 합격
▶ 합격
▶ 복수
그리고 화분과 벽 사이. 사람이 서 있기엔 너무 좁은 틈.
"……은수 씨. 언제부터 있었어요?"
"점심부터 쭉요."
으스스 이 사람은 진짜 무섭다.
"1라운드. 팀 한여사, 선공이에요."
쓸개 선배가 비트를 깔았다. 쿵. 쿵쿵. 쿵. 쿵쿵. 쿵.
엄마가 국자 마이크를 들고, 금테 안경을 손가락으로 척 밀어 올렸다.
♪ 들어 봐라 지원자, 이름 한과즙, 또 써리 파이브 백수
♪ you 쇄국 본좌 흥선대원군, 그게 바로 니 아이가
♪ you 로봇본좌 인간 로봇, AI한테 밀린 니 아이가
♪ 적금은 엄마가 털고, 차는 니가 팔고
♪ 남은 건 고물 시계 하나, 그것도 내가 사 준 거 아이가!
엄마가 허니를 향해 손가락을 척 뻗었다.
"넥스트, 꿀물!!!!! Go, 꿀물!!!!!"
엄마가 국자를 허니에게 넘겼다. 허니가 국자를 두 손가락으로 집었다. 바이저가 빨갛게 깜빡였다.
허니는 박자를 하나도 안 탔다. 그냥 또박또박 읽었다. 그게 더 웃겼다.
♪ 저는 허니. 이름부터가 시련, 꿀벌레라니
♪ 네임 피해자 클럽 회장, 밤 어깨 톡톡, 과즙 즙즙, 로봇 던지기
♪ 목 관절 37도 꺾임.
♪ 박 셰프 고쳐!! 빡세~ 빡세~ 인생은 빡센 것, 박수 박수
♪ 로봇은 꽁하지 않기. 다만, 전부 기억하노라!
…그런데 마지막 줄에서만, 허니가 갑자기 박자를 탔다.
♪ 꽁치기 박치기 꽁꽁 치기치기 쉑쉑 치기 꽁꽁~ 기억하노라!
엄마가 마지막 줄을 받았다.
♪ 우리 카페는 개성 없는 알바 안 뽑는다
♪ 내 딸이라도 봐주는 거 없다, 이 팀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오오오오!!"
아지 언니가 키보드를 연타했다. 은수 씨가 화분 뒤에서 조용히 박수를 쳤다. 아무도 못 본다. 위장, 은둔술의 최고 경지, 존재감 제로. 존멋이다.
바리 선배 화면이 바뀌었다.
▶ 한여사
▶ 한여사
▶ 허니 (37도 꺾임)
(와. 저게 엄마야? 자기 딸을 저렇게 깔 수가 있어? …근데 '아이가'로 라임 다 맞췄네. 인정. 허니 저 기계는 왜 박자도 안 타는데 웃기냐고. 분하다. 꽁한 데 뭐~ 아우, 저 꽁생원. 우~~~~ 로봇 춤 추면 인정해 주겠음.)
다정이가 나를 보고 고개를 15도 기울였다.
"과즙 님. 많이 아프셨죠?"
"다정아. 너 지금 심사위원이야, 상담사야?"
"둘 다예요."
"2라운드. 팀 마스터."
아지 언니가 노트북 엔터를 탁 눌렀다. 스피커에서 전자 비트가 쏟아졌다. 쓸개 선배가 그 위에 쿵쿵을 얹었다. 박 셰프 아저씨가 국자 두 개를 쨍쨍 부딪치며 앞으로 나왔다.
♪ 요, 계란말이 끝부분만 골라 묵던 꼬맹이
♪ 남들 다 가운데 묵을 때 니는 끝을 보던 꼬맹이
♪ 그 꼬맹이가 커서 회사 잘리고 손수레 끌고 폐기장
♪ 주워 온 건 로봇 셋, 아저씨는 밤새 납땜장!
아지 언니가 노트북에서 눈도 안 떼고 받았다.
♪ 일곱 살에 내 비번 세 번 만에 뚫은 애
♪ 그 뒤로 내 비번 스물네 자리, 다 너 때문
♪ 그 머리로 15년간 도전! 책장 정리!
♪ 그 머리 그리 쓸 거면 성격이라도 좋든가!!
엄마가 주방 쪽에서 아지 언니를 슬쩍 봤다. 금테 안경이 한 번 반짝했다. 아지 언니가 헛기침을 했다.
(…방금 저 눈빛 뭐야. 비번 얘기만 나오면 엄마가 이상하다. 메모. 일단 랩부터.)
바리 선배 화면.
▶ 마스터
▶ 매니저
▶ 계란말이 (끝부분)
"3라운드. 마지막. 팀 과즙."
엄마가 국자를 내 손에 탁 쥐여 줬다.
"딸. 니 차례다."
나는 국자를 입 앞에 댔다.
……….
3초 동안, 아무 말도 안 나왔다. 비트만 쿵쿵 돌았다.
서점에서 15년 동안 '어서 오세요' 말고 큰 소리를 내 본 적이 없었다.
"과즙 하사님. 무대 공포가 감지됩니다. 제가 대신 해 드릴까요?"
"……아니. 이건 내가 해야 돼."
그때, 어깨 위에서 깨금이가 먼저 국자에 대고 외쳤다.
♪ 흥! 나는 깨금이, 깨물기 금지 깨금이, 영사 로봇 나가신다 길 비켜!
♪ 봤냐? 이 귀여움의 실체, 성격도 아냐? 상남자 마도로스의 현신
♪ 꼰대처럼 구는 것도 나의 큰 그림, 나이 많은 한여사 지키는 기사…
♪ 깨금 기사! 입 털기의 달인, 랩으로 또 한 번 주가 상승!
♪ 내 동료 인간 한과즙, 마이크 넘긴다—받아라!
(망했다. 깨금이 자식, 팀이 아니라 내부의 적이었다. 저걸 랩이라고… 지 자랑만 ㅠ)
깨금이 귀가 바짝 섰다. 파란 빛이 나를 정면으로 비췄다. 무대 조명처럼.
쓸개 선배가 박자를 바꿨다. 쿵쿵. 쿵. 쿵쿵쿵.
"'선배가 깔아 준다'래요."
나는 숨을 한 번 들이쉬었다. 그리고 질렀다.
♪ 라, 떼, 박, 사? 엄마 라떼 맛없기로 동네 1등
♪ 라떼 못 타는 박사님이 무슨 박사, 그거부터 증명해 봐
♪ 거짓말할 땐 왼쪽 눈썹, 일곱 살 때부터 다 봤어
♪ 앞치마 끈 두 번 묶는 거, 그것도 이미 다 봤어
♪ 엄마가 날 다 본다고? 미안, 나도 엄마 다 봤어!
♪ 그대는 라이어, 라이어!!!
엄마의 왼쪽 눈썹이 올라갔다. 생방송으로.
"헐. 박사 드립을 여기서 친다고?" 아지 언니가 키보드에서 손을 뗐다.
박 셰프 아저씨는 국자를 내려놓았다. 이 아저씨는 놀라면 국자를 내려놓는다.
허니 바이저가 빨갛게 깜빡였다. "…한여사님, 반격이 필요하십니까?"
"가만있어라."
바리 선배 화면.
▶ 과즙
▶ 깨금
▶ 복수 (성공)
(ㅋㅋㅋ 됐다. 디스 맞았다. 폐기장까지 손수레 끌고 간 보람이 있다~☆)
…근데.
국자를 쥔 손이 갑자기 무거워졌다.
엄마를 이기러 내려온 게 아니었다. 나는 자기소개서를 쓰러 내려왔다.
깨금이가 귀에 대고 작게 말했다. "인간. 이제 진짜를 해라."
눈치 하나는 26년산이다.
비트가 느려졌다. 쿵. ……쿵쿵. ……쿵.
♪ 근데 오늘 면접은 엄마 까는 자리가 아니지
♪ 나를 소개하는 자리, 그래서 나 지금 좀 떨리지
♪ 매일 7시 52분, 아무도 모르게 반품 박스 접었지
♪ 비 오는 날 아침엔 그림책을 입구 쪽으로 옮겼지
♪ 큰 글씨 책 찾는 할머니들 이름까지 다 외웠지
♪ 근데 설문지 한 장에 마흔일곱 표, 우리 층은 서른하나였지
♪ 숫자도 안 맞는 종이 한 장에, AI한테 자리 내줬지
"……맞아요!"
화분 뒤에서 목소리가 터졌다. 은수 씨였다.
아무도 못 보던 사람의 목소리가, 그날 밤 카페에서 제일 크게 울렸다.
♪ 사람들은 날 독사, 쇄국, 흥선대원군이라 불렀지
♪ 신문물은 안 받는 2G 인간, 근데 그거 다 오해였지
♪ 열네 살 한과즙이 시계한테 몰래 했던 말
♪ 20년 넘게 꽁꽁 숨긴, 엄마한테도 안 한 그 말—
"샘플 투입합니다."
손목에서 GPt가 말했다. 그리고 비트 위로, 열네 살의 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사실 나, 로봇 좋아해.〉
카페가 얼어붙었다.
엄마가 그 자리에 굳었다. 금테 안경 너머로, 엄마 눈이 커졌다.
엄마는 몰랐다. 열네 살의 내가 "엄마한테 말하지 마" 했으니까.
나는 국자를 꽉 쥐었다.
♪ 그래서 오늘 쇄국 끝, 문 열어, 개항이다
♪ 버려진 로봇 다섯이랑, 이 카페 모서리가 내 항구다
♪ 서열 3위? 상관없어, 나는 오늘부터 시작이다
♪ 잘 들어요 면접관님, 이게 내 자소서 첫 줄이다—
쓸개 선배가 멈췄다. 아지 언니가 비트를 껐다.
카페가 조용해졌다. 벽시계 초침 소리만 똑, 딱.
나는 국자를 내리고, 맨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한과즙이고, 로봇의 주인이 될 거야."
1초.
2초.
그리고 카페가 터졌다.
바리 선배 화면에서 '복수'가 사라졌다.
▶ 합격
▶ 합격
▶ 합격
다정이 가슴 화면에 폭죽이 팡팡 터졌다. 해고 통보할 때 쓰던 그 폭죽을, 처음으로 합격 축하에 썼다.
쓸개 선배는 혼자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박 셰프 아저씨가 국자를 다시 들고 외쳤다. "합격! 내일부터 계란말이 끝부분은 전부 니 거다!"
아지 언니가 노트북을 탁 쳤다. "녹화했어. '폐기물 동기회' 폴더에 영구 저장."
허니가 엄마 옆에서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바이저가 파랗다 못해 하늘색이었다.
"…팀 한여사, 패배를 인정합니다. 과즙 님. 목은 이제 안 꺾입니다."
깨금이가 내 어깨에서 꼬리를 바짝 세웠다.
"팀 과즙 승리다! …근데 '주인'은 취소해라! 꼰대는 주인 없다! 동료다!"
"그럼 동료들의 주인."
"그게 뭐냐, 인간!!"
"몰라. 방금 생각났어. 첫 줄은 원래 막 나오는 거래~☆"
엄마는 아무 말이 없었다.
엄마는 국자를 내려놓았다. 박 셰프 아저씨 버릇이 옮은 것처럼.
그리고 금테 안경을 벗어서, 앞치마 자락에 천천히 닦았다. 아주 오래 닦았다. 안경은 하나도 안 더러웠는데.
"……합격이다."
"진짜?"
"내 딸이라서 봐준 거 아이다. 니가 잘한 기다."
엄마가 안경을 다시 썼다. 눈이 빨갰다.
"근데 딸. 그 녹음. 로봇 좋아한다는 거. 와 내한테 말 안 했노."
"엄마가 알면 또 신나서 이상한 거 만들까 봐."
엄마가 웃었다. 울면서 웃었다.
"……이미 만들었다, 이 가스나야."
"뭘?"
엄마는 대답 대신 내 머리를 한 번 쓰다듬었다. 어릴 때 이후로 처음이었다.
내 손목에서 GPt 화면이 아주 조용히, 민트색으로 깜빡였다.
"엄마. 약속했지. 첫 줄 쓰면 다 말해 준다고."
"……약속은 약속이다. 모레 아침. 다 말해 줄게."
"왜 모레야? 지금 해!"
"내일은 안 된다."
엄마가 창밖을 봤다.
"내일은, 손님이 온다."
그날 밤, 나는 방에 올라가 노트북을 다시 열었다.
커서는 아직도 〈나는〉 뒤에서 깜빡이고 있었다.
15년 동안 제일 쉽게 쓴 한 줄이었다.
〈나는 한과즙이고, 로봇의 주인이 될 거야.〉
다음 날 아침 8시 50분.
카페 문을 열려는데, 허니가 내 앞을 막아섰다. 바이저가 빨갛게 켜져 있었다.
"과즙 님. 나가시면 안 됩니다."
유리문 너머, 카페 앞 골목에 검은 차 한 대가 서 있었다.
차 문이 열리고, 반짝이는 대머리가 먼저 나왔다. 그다음, 반짝이는 눈알.
목에는 사원증이 걸려 있었다.
〈FUTURELESS — 인재영입팀 팀장〉
광두 매니저가 선글라스를 벗으며, 그 느끼한 살인 미소를 지었다.
"과즙 씨~ 오랜만이야. 내가 그랬지? 백수 되면, 나한테 취업 시집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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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즙이의 인생극장: 나를 소개하는 첫 줄을 지금 당장 써야 한다면, 여러분은 뭐라고 쓸 건가요? 댓글로 "나라면?"을 남겨 주세요!
▶ 매일 밤 10시, 다음 화가 올라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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